2015년 8주 책 읽기

[구입한 책]
삼정, 『나 과장의 에버노트 분투기』, e비즈북스, 2013, 초판 2쇄
[읽은 책]
피터 왓슨, 『생각의 역사 I: 불에서 프로이트까지』, 남경태 옮김, 들녘, 2009 (읽는 중)
엄기호, 『단속사회』, 창비, 2014, 전자책 초판 (읽는 중)
삼정, 『나 과장의 에버노트 분투기』, e비즈북스, 2013, 초판 1쇄
박경숙, 『문제는 무기력이다』, 와이즈베리, 2013, 초판 2쇄 (읽는 중)
히라마츠 오사무, 하나가타 레이, 『카페 드림 2~3』, 2007, 조은세상 (다시 읽었음)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 생각의 역사 110점
피터 왓슨 지음, 남경태 옮김/들녘

『생각의 역사 I』은 여전히 읽고 있고, 이제 중세를 지나 근대로 가는 중이다.

신세계는 점점 전통적 권위보다 개인적 관찰의 우월함을 증명해주었다. 이것 역시 주요한 정신적 변화였다. (p. 645)

아메리카의 발견이 유럽과 세계 전체에 미친 영향은 아직 제대로 평가되지 못했다. 너무 원대하고 광범위하며, 몽테뉴의 표현에 따르면 ‘뒤죽박죽’이기 때문에 완전한 평가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가르실라소는 현명하게 말했다. “세계는 단 하나뿐이다. 우리는 구세계와 신세계를 말하지만, 그것은 원래 두 세계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신세계를 발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pp. 661~662)

나 과장의 에버노트 분투기6점
삼정 지음/e비즈북스

GTD로 유명한 삼정님의 책으로 에버노트Evernote에 GTD 방식을 적용하여 실사용 예를 보여준다고 하여 리디북스1에서 구매했다. 서점에서 볼 때는 그냥 넘겨야지 했는데, 전자책은 꼭 필요하지 않은 책들도 사게 되는 부작용이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최소한 내게는 큰 도움이 안 되었다. 이미 여러 블로그나 다른 책자들을 통해 GTD를 에버노트에 적용했고, 요즘처럼 IT 흐름이 쉽게 변하는 시기에 일 년이 넘은 책이다 보니 시의성 측면에서 떨어지더라. 또한, 책 구성도 주로 사용하는 iOS보다는 안드로이드 위주라 아쉽다.2 개인적인 아쉬움을 뒤로 하고 책 구성이나 내용 자체만 보면 예시가 많고 실사용기 위주로 적용 방법을 설명하고 있어 에버노트나 GTD의 초심자에게는 도움이 되겠다.

문제는 무기력이다10점
박경숙 지음/와이즈베리

이 책의 학문적 성취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으나, 구구절절이 옳은 말만 하는 책. 내 현재 상황에 공감되는 글귀가 너무 많아 아래에 옮겨본다.

‘학습된 무기력’이란 외부의 힘 때문에 자신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이 차단당할 때 느끼는 좌절감이 무의식중에 학습되어 다음번에는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고 하는 심리적 현상을 말한다.

“하루를 잘 보내면 그 잠은 달다.
인생을 잘 보내면 그 죽음이 달다.”


인간 역시 자신이 스스로 상황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자발적으로 행동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렇게 행동하지 않는 증상의 원인은 ‘동기의 약화’, ‘동기장애’이다.

무기력한 사람들은 대개 갑자기 살이 찌거나 빠지는 일을 경험한다.

탈진은 무기력의 초기 증상이다. 에너지가 떨어져 피곤하고 만사가 귀찮아 탈진하는 예가 많다. 무기력에 오래 시달리다 보면 수면 부족과 식욕 부진으로 피곤함을 느끼며 마치 탄성을 잃어 축 늘어진 고무줄 같은 상태가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무기력은 일중독자나 완벽주의자에게 많이 나타난다.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은 곧 무능력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할 수 없는 것을 내려놓는 것은 무능한 것도, 비겁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내려놓아야 할 때를 알고 내려놓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다.

이렇듯 중요한 일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부수적인 데 쓰는 이들도 사실은 무기력한 사람이다. 할 일을 하지 못하는 것도 무기력이지만, 집중해야 할 일 대신 다른 일에 몰두하는 것도 무기력의 결과다. 자기 일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그만큼 에너지를 허투루 낭비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든다. 당장은 자신이 열심히 산다고 착각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강압적으로 자녀를 대하면 아이는 이를 심리적인 학대로 받아들이고,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전기 충격과 같이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이 과정에서 자녀는 자신이 환경을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느끼고 무기력을 야기할 만한 심리적 장애를 겪는 것이다.

미루다가 더 이상 미루지 못할 때가 되어서야 시작해 빨리 해치우는 패턴을 보이는 사람들, 즉 벼락치기식 패턴에 익숙한 사람들도 이런 심리적 함정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서 곧장 일에 착수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자신이 무기력하다고 느낀다. 스스로 할 수 없으므로 누군가가 명령하고 조종해주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더 이상 시간이 없다는 사실이 그에게 명령하는 형국이 되어야 일을 하는 것이다. 즉, 이들은 ‘일을 하라는 압력이 극도로 위험한 수준’에 이르기 전까지는 좀처럼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이들은 작업에 쏟아야 하는 자신의 시간이 최소로 줄어들기 직전까지 스스로에게 반항을 하는 셈이다. 이런 자세로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어떨지 상상해보라. 그런 습관이 굳어지면 주어진 일을 뛰어난 수준으로 완성해내지 못하고 늘 적절한 수준에서 그럭저럭 끝내며 현상 유지에 급급한 인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이제는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이 아니라 ‘유러피언 드림European Dream’에 이끌리는지도 모른다. 유러피언 드림은 성과보다 사람을 우선하는 것을 말한다. 또 결과보다는 관계를 중요시한다. 사회 사상가이자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유러피언 드림』에서 “미국인들은 무제한적 경제 성장을 중시하며 강한 자에게 혜택을 주고 약한 자에게 불리함을 준다”며 이제는 삶의 질, 환경과 조화를 이룬 개발, 평화와 조화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안 되므로 아메리칸 드림이 아닌 유러피안 드림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러미 리프킨이 말하는 유러피언 드림은 개인의 자유보다 공동체 내의 관계를, 동화보다는 문화적 다양성을, 부의 축적보다 삶의 질을, 무제한적 발전보다 환경 보존을 염두에 둔 지속 가능한 개발을, 무자비한 노력보다 온전함을 느낄 수 있는 심오한 놀이deep play, 완전한 몰입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고 희열을 느낄 수 있는 활동를, 재산권보다 보편적 인권과 자연의 권리를, 일방적 무력행사보다 다원적 협력을 강조한다.

사직과 해고도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직원을 뽑아 지칠 때까지 일하게 하고, 그가 지치면 다른 직원을 채용해 그 새로운 피로 수혈해 연명하는 시스템하에서 어떻게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까?

“인간은 회복력과 창의성이 다른 동물에 비해 탁월한데 조직을 위해서는 인간답게 일하고 있지 않다. 인간의 회복력과 창의성을 고갈시키는 조직에 문제가 있다. 정확성과 원칙・절약・합리성・서열・결과물 등을 강조하는 경영 프로세서는 예술성・독창성・대담성・비약성에는 가치를 두지 않는다. 대부분의 회사는 직원의 특성과 능력 일부분만 활용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직장에 출근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몽유병 환자나 다름없다. 그들의 잠재력을 체계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조직이 낳은 결과이다.”

강박적인 사람들은 자신은 물론 타인 전부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스스로의 힘으로 일을 헤쳐 나가는 양심적인 사람이다. 반면, 의무에 이끌려 행동하며 자신이 서투르거나 무력해지는 것을 지나치게 걱정하기도 한다. 이들은 작은 결함과 실수에도 큰 혼란을 느끼며 그 일을 통제할 수 없고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완벽주의자가 강박증의 특징을 지니고 있어 무기력에 잘 빠진다. 완벽주의자는 흠이 없는 완성품만 보려는 경향이 있어서 이들에게 하지 않은 일은 실수이자 결점이 된다. 완벽주의자는 100%를 추구하므로 5%가 부족한 95%는 하지 않은 일이 된다. 그래서 완벽주의자는 5% 한 것과 5% 하지 않은 것을 별로 다르게 여기지 않는다. 어차피 그들에게는 둘 다 완전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카페 드림 28점
하나가타 레이 원작, 히라마츠 오사무 지음/조은세상(북두)
카페 드림 310점
하나가타 레이 원작, 히라마츠 오사무 지음/조은세상(북두)

사두고 비닐도 뜯지 않은 새 책3을 연휴를 틈타 뜯어보았다. 신혼집 근처의 이름도 가물가물한 어느 카페에서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나서 싸게 나왔을 때 사두었는데 이제야 읽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4~5권은 또 언제쯤 읽게 될지…






  1. 요즈음에는 일부 레퍼런스, 전자책 미발매 책자를 제외하고는 전자책을 구매하려고 노력한다. 지금 집이야 여유가 많이 있는 편이지만, 앞으로도 쭉 이런 집에서 산다는 보장도 없고, 일부 장서가 처럼 책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두기에는 자신이 없어서 앞으로도 구매패턴은 전자책 위주가 될 듯하다. 서재에 있는 책을 딸내미가 어지르는 걸 보기도 힘들다는 점도 그런 생각에 일부 기여했다. 
  2. 고백하면, 나는 아직 단 한 번도 안드로이드를 써본 적이 없다. 안드로이드가 나쁘다기 보다는 애플 제품에 아쉬움이 없어 옮길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3. 참고로 5권짜리 구판은 절판되었고 3권짜리 개정판이 나와 있다. 개정판은 보질 못했는데, 2007년 출간작임에도 19금을 피하기 위해서였는지 구판은 가위질을 너무 많이 한 탓에 그림을 제대로 감상하기 어렵다. 

2015년 7주 책 읽기

[구입한 책]
나카무라 요시후미, 『건축가가 사는 집』, 디자인하우스, 2014, 초판 2쇄
아라카와 히로무, 『은수저 12』, 학산문화사, 2014, 초판 1쇄
아라카와 히로무, 『은수저 가이드북』, 학산문화사, 2014, 초판 1쇄
[읽은 책]
피터 왓슨, 『생각의 역사 I: 불에서 프로이트까지』, 남경태 옮김, 들녘, 2009 (읽는 중)
장정일,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2: 장정일의 독서일기』, 마티, 2014, 개정판 1쇄 (읽는 중)
이현우, 『책을 읽을 자유』, 현암사, 2010, 초판 2쇄 (읽는 중)
엄기호, 『단속사회』, 창비, 2014, 전자책 초판
아라카와 히로무, 『은수저 12』, 학산문화사, 2014, 초판 1쇄
아라카와 히로무, 『은수저 가이드북』, 학산문화사, 2014, 초판 1쇄

책을 읽을 자유10점
이현우(로쟈) 지음/현암사

사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같은 노래가 아빠들을 힘나게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 만큼 아버지의 위상과 권위가 예전 같지 않다는 뜻도 된다. (p. 122)
전통적으로 어머니는 확실한 사람Mama’s baby인 반면에 아버지는 항상 불확실한 사람Papa’s maybe이었다. (p. 124)

선우를 낳고 나서야 아버지의 의미를 다시금 곱씹어 본다. 나는 어머니의 아들이고, 아내의 남편이자, 딸의 아버지라는 명쾌한 사실이 요즘처럼 절실히 와 닿은 적이 없었는데.

단속사회10점
엄기호 지음/창비

그런데 정작 우리의 현실에서는 자신과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막상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대목에서는 ‘네 자신의 결정을 존중한다’라는 말을 건네며 뒤로 물러서버리는 경험을 많이 하지 않았던가? 오지랖 넓게 아무 일에나 끼어드는 사람도 밉상이지만 친구의 고민 앞에서 자신이 책임질 수 없다는 이유로 뒤로 물러서는 것도 비겁해 보인다.

나이 들어감에, 인생의 시기에 따라 같은 사건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누가 옳고 그르다는 판단을 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걸 알아버린 건 아닐까. 저자의 생각은 일부 동의하지만, 동의 못 하는 부분도 꽤 있다. 아직 읽는 중이라 책이나 저자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기로 하자.

은수저 Silver Spoon 1210점
아라카와 히로무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은수저 가이드북6점
아라카와 히로무 지음/학산문화사(만화)

당신이 생각하는 『강철의 연금술사』의 그 아라카와 히로무가 맞다. 일본에서 단행본으로만 천만 부가 넘게 팔렸다는 최신작으로 첫 출간부터 관심 있게 보고 있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되어 작년 말에 나온 12권과 가이드북을 함께 질렀다. 나도 모르게 하치켄을 응원하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되는 걸 보면, 인물의 성장을 그리는데 탁월한 면모를 보인다.1 가이드북은 일반 단행본의 2배 가격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돈이 조금 아깝다. 소장용 외에는 특별한 가치를 두기 힘들겠다. 이번에 사고도 대충 훑어보기도 했고.

+ 은수저 – 엔하위키 미러







  1. 최근 본 『바라카몬』에서 느낀 감정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이걸 기획력이 대단하다고 해야 할 지, 타고났다고 해야 할 지. 『강철의 연금술사』와는 다른 재미가 있다. 

2014년 32주 책 읽기

[구입한 책]
[읽은 책]
이토 우지다카, 『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 속도에서 깊이로 이끄는 슬로 리딩의 힘』, 이수경 옮김, 21세기북스, 2012
히라노 게이치로, 『책을 읽는 방법: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 김효순 옮김, 문학동네, 2010
히라마츠 오사무, 하나가타 레이, 『카페 드림 1: a coffee revolution』, 박보영 옮김, 조은세상, 2007 (재독)
닉 혼비, 『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 이나경 옮김, 청어람미디어, 2009 (읽는 중, 재독)
장정일,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1: 장정일의 독서일기』, 마티, 2014 (읽는 중)
피터 왓슨, 『생각의 역사 I: 불에서 프로이트까지』, 남경태 옮김, 들녘, 2009 (계속해서 읽는 중)

책을 읽는 방법8점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문학동네

책 읽기와 관련된 책을 그간 꾸준히 사오다가 이번 휴가를 틈타 그중 몇 권을 손에 잡았다. 특히 일본에서 시작, 한국으로 넘어온 슬로 리딩 관련 서적을 정리해본다.
『일식』, 『장송』으로 유명한 히라노 게이치로의 지독遲讀 및 재독再讀, 오독誤讀 권장서로 슬로 리딩을 위한 입문서의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히라노 게이치로, 고등학교 다닐 때였나 『일식』이란 책으로 유행하여 한동안 많은 이들이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읽은 줄 알았는데,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걸 보니 제대로 읽은 적이 없었나 보다. 읽지 않은 책인데 읽은 것으로 기억나는 책들이 몇 권 있다. 이 책도 그중 하나.
저자의 나이가 나와 비슷한(?) 탓에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공감하는 문구가 많았다.

내 개인적인 경험을 돌이켜봐도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경제적인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월초에 용돈을 받아 갖고 싶은 책과 시디를 사고 나면 곧 지갑이 텅 비었고, 그후에는 다음달까지 줄창 같은 책을 읽고 같은 시디만 들었다. 그러나 그 시절에 만난 소설이나 음악은 아직도 세부까지 또렷하게 기억이 나며, 나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쳤기에 특별한 애착이 느껴진다. (p.25)

이 책은 3부로 나뉘어 있으며, 슬로 리딩 기초편, 테크닉편에 이어 실천편으로 마무리된다. 실천편은 유명 작품에 슬로 리딩을 접목해보는 예시로 구성되며,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한 일본 문학이 반수 이상 포진해있기 때문에 나 같은 문외한이 접근하기엔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책이 쓰인 의도에 맞지 않게 외국인에게는 어려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재독’에 대해 히라노 게이치로는 이렇게 말한다.

한 권의 책과의 만남은 평생에 단 한 번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길다. ‘읽고 난 후에 딱 덮어버리’는 한 순간의 독서 대신 ‘읽고 나서 책장’에 두고 생각하는 독서를 택해 우선은 책을 묵혀둔다. 그렇게 적당한 숙성기간을 거친 후에 다시 한번 그 책을 손에 들어본다. 그 숙성기간이란 물론 자기 자신의 숙성기간을 말한다. (p. 90)
같은 영화를 몇 번씩 보는 사람은 있지만 같은 책을 몇 번씩 읽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책은 ‘재독’에 가치가 있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발견을 하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한다. 책과 그런 관계를 만들 수 있다면, 책은 더없이 소중한 인생의 일부가 될 것이다. (p. 91)

누구나 동일한 독서 경험을 갖기는 어렵다. 세상의 모든 책을 읽을 수 없는 바에야 지금 내 손에 쥐어진 단 한 권의 책이라도 제대로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8점
이토 우지다카 지음, 이수경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슬로 리딩의 본격적인 열풍을 이끈 책은 『기적의 교실』이 아닌가 싶다. 『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이라는 번역서가 출간되어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로쟈의 블로그를 참조하면 좋겠다. 내가 할 말을 다 적어두었네. 몇 가지 메모한 내용을 아래 정리해본다.

+ 로쟈의 저공비행 – 슬로 리딩의 힘

사이토 다카시가 말하는 슬로 리딩, 추천 도서
– 초등학생: 나쓰메 소세키 『도련님』
– 중고생: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 대학생: 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사회인: 『논어』


사회에 나가서 나는 이런 사람이고, 여기에서 이런 일을 하고 싶다고 표현하는 힘도 국어 실력이니까요. 국어 실력은 ‘살아가는 힘’이라고 바꿔 말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시대가 달라지고 환경이 변했어도 기본이 탄탄하면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p. 76)
어떤 의미에서는 사회가 합리성을 많이 요구하기 때문에 되도록 낭비를 줄이고, 가능한 한 지름길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긴 인생을 놓고 본다면 멀리 돌아가는 길도 중요하다고 생각할 여유가 사회 분위기상 줄어든 느낌입니다. (p. 147)

카페 드림 16점
하나가타 레이 원작, 히라마츠 오사무 지음/조은세상(북두)

신혼집으로 얻은 양재동 근처였다. 집 근처 카페들이 우후죽순 생기기 전, 동네 어귀에 조그마한 카페가 하나 개업했고, 여유로운 주말이면 한 번씩 가서 커피를 마시곤 했다. 시간을 보내는 용도로 카페에 진열된 책들을 보곤 했는데, 그중 하나가 카페 드림이었다. 총 5권으로 구성되었다.[1. 찾아보니 3권짜리 개정판이 나와있다.] 그림은 못 그린 편으로 예전 스타일이지만, 커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쉽게 쌓기에 좋다. 특히 로스팅에 대해 자세하게 나왔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때의 좋았던 기억에 책장에 갖춰두었는데, 이제야 비닐을 뜯고 읽게 되었다. 틈틈이 나머지 2~5권도 읽어야겠다.





우리시대 99%의 울분을 담은 책

나는 99%다10점
박순찬 지음/비아북

1 시사만화가 박순찬의 경향신문 4컷만화 <장도리>. 2010년 1월부터 2012년 6월 까지의 연재분을 책으로 엮었다.

2 2년 반 정도밖에 안되는 시간이었는데, 그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참 심심하지 않게 해줘서 고맙다고 해야하나. 허허.

3 시간이 지났지만, 두고두고 곱씹을만하다. 사람이 사는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그리 크게 변하지 않는 듯. 십 년 뒤에 다시 열어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겠지. 씁쓸하다. 저자의 말처럼 잊혀지지 않기 위해 다시금 알아야, 보아야 한다.

유쾌하지 않은 내용의 만화들, 그것도 이미 지나간 시사만화를 모아서 다시 본다는 것은 그다지 내키지 않는 일임에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장도리> 모음집을 내게 된 것은 하루뿐인 수명을 갖고 과거 속으로 잊혀져야 하는 슬픈 운명을 지난 일간신문 연재작들을 되살려보고 싶은 작가의 욕심입니다. 더불어 날마다 충격적인 뉴스를 접해야 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망각되기 쉬운 우리의 현실들을 지난 만화를 통해 다시 조망해보는 의미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2012년 6주 문화읽기

[읽고 있는 책]
이지성 『꿈꾸는 다락방』 (국일미디어, 2008)
윌리엄 암스트롱William. H. Armstrong/윤지산/윤태준 옮김 『단단한 공부』 (유유, 2012)
[읽고 들은 책/음악]
백기락 『7일 만에 끝내는 자기계발 실천노트』 (라이온북스, 2010)
호시노 유키노부Hoshino Yukinobu/박상준 감수 『2001 Space Fantasia 1~3』 (애니북스, 2009)
호시노 유키노부/김완 옮김 『블루 홀Blue Hole 1~2』 (애니북스, 2010)
호시노 유키노부/김완 옮김 『블루 월드Blue World 1~4』 (애니북스, 2011)
김민기 1집 《김민기 1》 (1971)

2001 Space Fantasia (2001 야화) 세트 1~3(완결)10점
호시노 유키노부 글.그림, 박상준 감수/애니북스
BLUE HOLE 블루홀 16점
BLUE HOLE 블루홀 26점
블루월드 Blue World 1~4 세트8점
호시노 유키노부 지음, 김완 옮김/애니북스

호시노 유키노부의 대표작인 『2001 Space Fantasia』를 비롯하여 그의 작품 셋을 연이어 보았다. 오랜만에 구입한 만화. 복지 차원에서 제공하는 회사의 포인트가 아니었다면 살 생각도 못했겠지만 이번 선택은 그리 틀리지 않아 보인다. 총 9권.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만도 한데, 단숨에 읽어버렸으니 말이다. 애니북스 블로그에서 예전부터 눈독들이고 있었는데, 이 기회를 빌어 좋은 작품을 한국어로 접하게 해준 애니북스에 감사를. 척박한 토양에서 정말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듯. 최고다.
그와는 별개로 작품은 기대보다는 못했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최근 본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여운이 남아있는 탓인지도 모르겠다. 한국어 번역/출간이 늦은 탓인지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아직까지는 그 감동이 남아있지만, 5년, 10년 후에도 그 감동이 남아있을지. SF장르의 시기성이 큰 화두로 다가온다. 아직까지도 아서 C. 클라크가 인정받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갑작스레 찾아온 장염 때문에 집에서 꼼짝 못하고 갇혀 있게 된 토요일 김민기 1집은 내게 큰 감동을 전해준다. 내가 왜 진작 듣질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그 시대의 감성에 젖어 있었다. 모든 노래가 다 좋지만,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아침이슬〉과 〈아름다운 사람〉이 가장 좋았다.
이렇게 문화읽기라는 제목으로 포스팅을 해보니, 그리 효율적이거나 생산적이지는 못하다. 다음부터는 책읽기 라는 주제로 들어가서 책 위주로만 발행해볼까. 그리 많은 책을 읽는 것도 아닌데, 너무 거창하다는 생각이 들어 실천에 옮길지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