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를 통해 깨닫게 되는 적정량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8점
곤도 마리에 지음, 홍성민 옮김/더난출판사

하지만 정리를 통해 물건이 줄어들면 어느 순간 자신의 적정량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갑자기 머릿속에서 번뜩이듯 뭔가 떠오르면서 ‘나는 이 정도의 물건을 가지면 전혀 문제없이 살 수 있다’라거나 ‘이 정도만 있으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찾아온다. (p.162)

곤도 마리에, 홍성민 옮김,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더난출판, 2012, 초판 3쇄


층간소음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은 알게 모르게 아이에게도 조금씩 상처를 남긴 것이다.

“아이가 크면서 뛰어노는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아파트에서는그럴수 없잖아요. 아이에게 매번 ‘안 돼’와 ‘하지 마’라는 부정적인 말만 하게 되는 상황도, 그때마다 아이가 움츠러드는 것을 느끼는 것도 너무 싫었어요. 그리고 더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잦을 때는 하루에 네 번. 수시로 을라오는 아랫집 아주머니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면서도 스트레스를 강하게 받았던 건축주에게 층간소음은 무척 큰 고민거리였다. 비슷한 고민을 했던 또래 친구들이 단독주택으로 옮겨간다는 소식을 종종 전해 들은 건축주는 도시의 편리한 생활을 내려놓고 전주에 전원주택을 짓기로 결심했다.

  • 『전원속의 내집』 Vol.206, 주택문화사, 2016 April, pp. 95~96

나 또한 같은 이유로 집을 짓게 되었다.

임형남, 노은주, 작은 집 큰 생각

작은 집 큰 생각10점
임형남.노은주 지음/교보문고(단행본)

굳이 분류를 하자면, 『제가 살고 싶은 집은……』『마당의 기억』 사이쯤 있는 책.
전반부의 금산주택을 볼 때는 잔서완석루가 생각났고, 후반 저자의 소회 부분에서는 유이가 살던 어느 한옥이 떠오르던. 그냥 가볍에 주말에 따땃한 창가에 앉아서 읽기 좋은 책이다.

이렇게 되면 이것은 집이 아니라 상전이고, 우리는 집의 노예인 것이다. 사람은 점점 왜소해지고 생각도 왜소해진다. 화려한 집에 담기는 건 빈곤한 삶이다. 그 안에서 어느 날 물밀듯이 밀려오는 존재에 대한 회의처럼 집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집도 사람들 기형으로 만든다. 우리에게 맞는 적합한 집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p.53)
원칙적으로 작은 집에서는 가구를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알다시피 가구라는 것들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세상이 규정한대로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집에 커지게 된 이유에는 개개인의 허장성세와 사회적인 기호가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p.107)
처음 설계를 배울 때 가장 곤혹스러웠던 것이 화장실의 처리였다. 서로의 움직임이 겹치지 않는 곳, 혹은 내부에 있는 사람에게 빤히 보이지 않는 곳, 또한 환기가 잘 되어야 하는 곳이 바로 화장실이었다. 하지 말라는 것만 잔뜩 있지, 어떤 곳에 어떤 모습으로 해야 한다는 길잡이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중요한 부분들, 이를테면 거실이라든지 안방이라든지 하는 곳들을 배치하고 난 후, 나머지 부분에 화장실을 끼워 넣게 되는데 그게 도무지 만만치 않다.
이렇게 놓으면 거실에서 빤히 보이고 저렇게 놓으면 손님이 드나들다 안방이 뻔히 보이고, 그러다 보니 집의 구석에 꽁꽁 숨겨두게 된다. 환기고 채광이고 전망은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화장실만큼 각자에게 실존적 시간을 부여하는 공간이 또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치면 화장실을 중요하게 여겨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특히 아파트나 공동주택에서 거의 불가능한 평면 중 하나가 화장실에 창문을 내는 일이다. 방과 방 사이에 겨우 끼워 놓고 인공 조명과 인공 환기 시스템 안에서 얼른 볼일 보고 나가라고 재촉을 한다. (pp.115~117)
아니 지금이 그 시점이다. 그동안 지나치게 많이 불어대던 풍선이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다는 징후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예전의 기억과 잔상과 잔향으로 사람들은 집값이 오를 것이고 어떤 곳은 금세 다시 발복하게 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사고로 잘린 부분의 감각이 살아서 간지러운 것처럼, 있지도 않은 현실 혹은 사라져 버린 기대에 대한 무한한 그리움을 뿐이다. (p.144)
돌이켜 보니 나에게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의 크기나 프로그램은 어디서든 생각보다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하루 종일 각자의 볼일을 보다 겨우 저녁에 얼굴을 맞대고 기껏 함께 밥 먹기도 바쁜 일상에서 집의 하드웨어들은 있는 듯 없는 듯 그냥 고장만 나지 않으면 되었다. 집의 기억들은 현관문을 열고 신발을 벗고 들어갈 때 발바닥의 느낌처럼 몸에 남겨진 촉감, “오늘은 뭐 재밌는 일 없었니?”로 시작되던, 아이들과 나누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차가 들어오지 않는 좁은 골목을 느린 속도로 걷던 걸음 같은 것들로 채워졌고, 그것이 이리저리 뭉뚱그려지며 좀 더 구체적인 ‘나의 집’이라는 고유명사로 치환되곤 했다. (p.161)


임병훈, 나만의 아지트 주택 짓기, 주택문화사, 2015

나만의 아지트 주택 짓기10점
임병훈 지음/주택문화사

그러다 그마저도 기본인 시대가 되면 그 다음부터는 주택에 대한 관심사가 아이러니하게도 ‘탈(脫)주택’이 되어 집 자체보다는 집에서 영위하는 생활에 초점을 맞추게 될지 모르겠다. 따라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아웃도어,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 집꾸멈, 정원 등 이제는 단독주택 라이프의 소프트웨어를 다루게 될 것이다. 주택 생활의 밀도가 높아지면 그에 맞는 요구 사항들과 아이템들이 샘솟고, 이는 곧 아지트 주택의 도래로 봐도 무방하다. (p.95)

오래간만에 보는 실속 있는 건축 참고서. 10년 뒤의 평가는 달라지겠지만, 지금 내 수준에 딱 맞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