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엿보는 서촌의 한옥 짓기

작은 한옥 한 채를 짓다10점
황인범 지음/돌베개

북촌으로 시작된 한옥 짓기는 이제 서촌을 거쳐 어느 정도 유행이 끝난 것만 같다. 그러한 가운데 또 한 권의 한옥 책이 나왔나 싶었지만 일단 주문. 이 책의 포인트는 저자가 건축설계자가 아닌 목수라는 것. 대부분의 건축 책이 그렇듯 건축주나 설계자가 아닌 공사 실무자가 책을 쓴 부분에서 이 책의 방향성을 알 수 있다. 앞서 읽은 『제가. 살.고. 싶은. 집은……』 에서도 느꼈지만, 건축주의 철학이 곧아야 집도 그에 맞게 지을 수 있다. 가족의 미래 꿈인 주택을 짓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안목과 경험이 있어야 하는 건지 걱정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1. 우리 부부의 결혼 이후 10년 내 목표는 다름 아닌 교외에 개인 주택 짓기. 아파트에 살긴 편하긴 한데, 비현실적인 집값도 문제고 우리네 삶이 너무 고달파 보여 결혼하면서 10년 내에 집을 짓기로 약속했다.]

이 책에서의 한옥은 대수선[2. 집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뼈대를 남겨두고 나머지를 새로 짓는 방식. 신축의 대비 개념]을 적용해 신축인 잔서완석루와 설계 방향이 달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그런데 설계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결정해야 할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집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뼈대를 살리는 ‘대수선’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집을 허물고 맨땅에서부터 다시 짓는 ‘신축’, 즉 멸실 후 신축을 할 것이냐를 정해야 한다. (p.22)

나무에 관한 기초 상식은 있었지만, 육송과 더글러스의 차이는 몰랐습니다. 목수님이 육송은 한국산이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한옥을 지을 때 사용하는 나무지만, 잘 뒤틀리는 단점이 있고 반면에 더글러스는 튼튼하고 물에 강하지만, 갈라짐이 좀 있고 색감 등이 육송에 비해 친화적이지 않다고 설명을 해주셔서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이 땅에 지을 집이니 기본적으로는 이 땅에서 나는 것을 사용하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지을 집은 도시형한옥인데, 이 집 자체가 ‘경성’이라는 지역성에서 나온 것이니 더더욱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한국 단독주택 시장이 작아서 선택의 범위가 좁기 때문에 오히려 종류가 다양한 수입품을 고르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제가 지으려는 집은 한옥이고, 한옥 자체가 디자인으로 공간을 지배하는 건축이 아니기 때문에 특이한 수입품을 쓸 필요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서울 오기 전에 살았던 교토라면 습기가 걱정이 되었겠지만 서울은 그렇게 습하지도 않으니 육송으로 해도 괜찮겠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p. 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