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

회사 일에, 데이트에 바빠 시간을 내지 못했다는 핑계를 뒤로하고 지난 주말 미루던 책을 손에 들었다.

승자는 혼자다 110점
파울로 코엘료 지음, 임호경 옮김/문학동네

1 1권을 마칠 즈음, 독자로 하여금 여러 명의 화자의 시점에서 본 각자의 사정과 사건들이 하나로 연관되어 있음을 깨닫게 한 저자의 생각이 놀랍다. 결국, 누군가 혼자 남게 될 거라는 것을 제목을 통해 알게 되지만, 끝내 2권을 손에 들게 한 글솜씨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저자의 능력을 보여주는 듯하다.

승자는 혼자다 28점
파울로 코엘료 지음, 임호경 옮김/문학동네

2 다만 1권에서 풀어놓은 복선에 대한 마무리가 미흡했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고, 에필로그에서의 허무할 정도로 단순한 마무리가 기대에 미치지 않았다.[footnote]물론 저자의 의도라고 생각되지만.[/footnote]

3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저자다 보니 책 설명은 간단히. 아래는 사건과는 관계없는, 사부아라는 형사의 상황인데 공감이 가서 인용한다.

  사부아는 자신의 은행계좌를 생각해본다. 거기 예치된 몇 푼 안 되는 돈의 운명은 전선을 타고 오가는 코드들에 달려 있다. 만일 은행이 갑자기 전산시스템 전체를 바꾸기로 결정한다면? 그리고 그 새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내가 거기 돈을 예치해놓았다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0과 1로 이루어진 이 코드들을 집이라든가 슈퍼마켓에서 사는 음식처럼 뭔가 좀더 구체적인 것으로 바꿀 방법이 과연 있을까.
  시스템 안에 갇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결심한다. 이 병원을 나서는 길에 아무 곳이든 자동인출기에 들어가서 잔고증명을 한 장 떼어놓으리라. 그는 매주 이렇게 해야겠다고 수첩에 적어둔다. 그렇게 해놓으면 어떤 대재앙이 일어난다 해도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할 수 있다. 잔고증명이라는 서류를 통해.(1권 pp.287~288)

가끔 현재의 시스템이 무서워질 때가 있지 않은가? 새로운 것만이 꼭 좋은 것은 아니라는 교훈[footnote]Oldies but goodies. 새로운 시스템, 새로운 환경. 모든 새로운 것들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footnote]이 언제나 새롭다는 것만큼 아이러니한 일이다.

4 그것보다도… 계속해서 드는 의문 하나. 과연 승자는 혼자일까? 그 혼자는 대체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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