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자신의 책읽기를 타인에게 강요하지 마시라.

그리고 바로 그것이 문제다. 책은 어렵게 읽어나가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시간 낭비라는 확보두동한 신념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진지한 소설, 이따금 심각하게 지루한 소설이나 엄청난 두께의 정치인 전기를, 돌을 갈아내는 속도로 읽어나간다. 그럴 때마다 책은 어쩐지 의무처럼 느껴지고, 《팜 아이돌Pop Idol》 잡지에 자꾸만 조금씩 눈길이 간다. 그렇다면 부디, 제발 부탁이니 그런 책은 내려놓으시라.
그리고 부디, 제발 부탁이니 재미있어서 책을 읽는 사람들, 아마 『다빈치 코드』같은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잘난 척하지 마시라. 우선, 개개인의 독자에게 이런 노력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책은 그 독자가 처음으로 읽은 장편 성인소설일 수도 있다. 여태까지 다른 사람들이 책에서 느끼는 매력을 잘 알 수 없었던 누군가에게 마침내 독서의 목적과 즐거움을 알려준 책일 수도 있다. 그리고 어쨌거나, 즐기기 위한 독서야말로 우리 모두 해야 할 일이다. 우리가 모두 칙릿(젊은 여성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가벼운 소설-옮긴이)이나 스릴러를 읽고 있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하지만 여러분이 그런 책을 읽고 싶다면, 그것 역시 무방하다. 다른 사람들은 결코 이렇게 말해주지 않겠지만, 사실 고전이나 ‘올해의 책’을 수상한 소설을 읽지 않는다 해도, 나쁜 일은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그런 책을 읽는다고 좋은 일도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책장을 넘기는 일이 진창을 걷는 일과 같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책의 존재 목적은 오로지 우리가 읽는 것에 있고, 읽을 수 없는 책이 있다면 여러분의 능력을 탓할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좋은’ 책이 읽기는 상당히 괴로운 경우도 있다.(pp.15~16)

닉 혼비Nick Hornby/이나경 옮김 『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The Complete Polysyllabic Spree』 (청어람미디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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