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고릴라

보이지 않는 고릴라The Invisible Gorilla – 10점
크리스토퍼 차브리스Christopher Chabris & 대니얼 사이먼스Daniel Simons 지음, 김명철/김영사

고릴라 실험. 농구공을 서로 패스하는 가운데 검은 색 고릴라 한 마리가 나타나 가슴을 두드리다 반대 방향으로 사라진다. 누구나 발견할 법한 상황에서 왜 50% 이상의 사람들이 고릴라를 발견하지 못했을까. 저자인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는 그 이유를 일상의 여섯 가지 ‘착각’에서 찾고 있다.

1 주차장이나 골목길에서 나오려다 바로 조금 전까지 보이지 않았던 차가 나타나 급정거를 했던 경험.[1.

주차장이나 골목길에서 나오려다 바로 조금 전까지 보이지 않았던 차가 갑자기 나타나 급정거를 해야 했던 아찔한 경험이 있는가? 사고 후 운전자들은 대부분 이렇게 주장한다. “나는 분명히 저쪽을 봤는데도, 회전하려 하자 차가 난데없이 나타났어요. 정말 못 봤다고요.” 이런 상황들이 특히 곤혹스러운 이유는 이러한 일들이 주의와 지각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신작용에 대한 우리의 직관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눈앞에 무엇이 있으면 이를 분명히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가 그 순간 인지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세상의 일부일 뿐이다. 바라봤지만 못 볼 수 있다는 발상은 정신작용에 대한 우리의 상식과 완전히 어긋나며, 바로 이런 오해 때문에 경솔한 판단이나 지나친 과신을 낳을 수 있다.(pp.30~31)

](주의력 착각)

바라보는 행위는 보는 행위를 위한 필요조건이다. 바라보지 않고서는 볼 수 없다. 그러나 바라보는 행위는 보는 행위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무언가를 바라본다고 해서 그 존재를 알아차린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p.36)

운전 중 휴대전화를 손으로 들고 통화하기보다 핸즈프리로 통화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 있다. 문제는 손이나 눈에 있지 않으며, 주의력 자원과 인지가 갖는 한계 때문에 발생한다.[2.

문제는 손이나 눈에 있지 않다. 운전대를 한 손으로 잡고도 운전을 잘 할 수 있고 전화를 쥐고서도 도로로 시선을 향할 수 있다. 사실 전화기를 손에 쥐는 행동ㅇ이나 운전대를 조종하는 행동에는 인지능력이 거의 필요하지 않다. 자동차를 움직이는 과정은 대부분 자동적,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좌회전할 때 혹은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어야 할 때 팔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따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운전 행위에 따르는 한계가 아니라 주의력 자원과 인지가 갖는 한계다. 사실 정신을 산만하게 한다는 점에서 손에 드는 전화기나 핸즈프리 전화기는 거의 차이가 없다. 같은 방식, 같은 정도로 정신을 산만하게 한다. 아주 능숙하고 별로 힘을 들이지 않는 것 같아도 운전과 통화는 둘 다 한정된 용량의 주의력 자원을 소모하는 행위다. 그리고 운전과 통화라는 다중작업을 하게 되면, 비록 전화로 무슨 말을 듣든, 그리고 어떤 생각을 하던 간에 운전이나 통화를 따로 할 때보다 더 많은 주의력 자원이 요구된다.(pp.46~47)

] 바라보는 것과 보는 것은 다르다는 저자의 주장을 기억하자.

주의력 사용은 제로섬게임과 같다. 무엇 하나에 주의를 기울이면 다른 것에는 당연히 주의를 덜하게 되기 때문이다. 유감스럽지만 무주의 맹시는 주의력과 인식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산물이다. 무주의 맹시가 시각 주의력에 내재된 한계라면 이를 줄일 수도, 없앨 수도 없다. 본질적으로 무주의 맹시를 없앤다는 것은 사람에게 팔을 아주 빠르게 움직여 날아보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 인간은 날 수 없듯이 우리의 정신 구조 역시 주변의 모든 것을 인식할 수는 없게 만들어져 있다.(p.66)

2 누구나 겪었을 법한 옛 기억과 현재 기억과의 괴리. (기억력 착각)
이 책에 나온 선수의 목을 조른 감독의 상황처럼 그 상황과 시간에 따라 각자의 기억은 윤색되고 서로 다르게 기억된다. 기억력을 맹신하지 말자.

3 본인의 실력보다 과대평가하여 미숙하거나 잘못한 일을 ‘우연’, ‘부주의’로만 취급하는 경향. (자신감 착각)
자신감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뭐든지 지나치면 좋지 않은 법,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실력을 길러야 한다. 단순히 어떤 일을 반복해서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실력을 갖추어야만 자신감이 능력을 나타내는 진짜 신호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경험은 전문성을 보장하지 않는다.[3.

실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두 가지 중요한 문제에 부딪힌다. 첫째, 그들의 능력은 평균 이하다. 둘째, 자신이 평균 이하임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능력을 키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바둑 대결 결과가 자신의 실력 때문이라고 믿었던 브라이언의 오류는, 합리적이긴 하지만, 자기 능력에 대한 피드백을 가능한 한 긍정적으로 해석하려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일을 잘 하면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실수는 ‘우연’, ‘부주의’ 혹은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런 판단에 반하는 증거는 무시하려고 애쓴다.(…) 자신들의 실력을 제대로 판단하게 만드는 방법(최소한 한 가지)은 실력을 기르는 것이다.
미숙함이 지나친 자신감을 유발한다는 발견은 사실 안도감을 준다. 우리가 어떤 일을 배우고 연습하면, 그 일을 더 잘하게 되고 우리 실력도 더 제대로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라.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시작하면 기술 수준은 낮지만 흔히 자기 실력보다 과한 자신감을 보인다. 기술이 향상될 때 자신감은 서서히 증가하므로 결국 높은 실력 수준이 되었을 때는 자기 실력 수준에 걸맞은 정도, 아니면 최소한 적당한 정도에 가까운 자신감을 갖게 된다. 능력에 비해 위험할 정도로 지나친 자신감은 어떤 일에 능숙할 때가 아니라 미숙할 때 나온다.(…)
단순히 어떤 일을 반복해서 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진정한 실력을 갖추어야만 자신감이 능력을 나타내는 진짜 신호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라. 경험은 전문성을 보장하지 않는다.(pp.138~141)

]

4 로젠브리트의 실험에서 나오 듯 계속되는 ‘왜요?’라는 질문에 충분히 답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질문받기 이전까지 질문받은 사람은 본인의 지식을 과신했다는 것을 기억하자.[4.

로젠브리트는 이러한 지식착각과 관련된 연구를 여러 집단(예일대 출신부터 뉴헤이븐 공동체 구성원까지)을 대상으로 몇 년에 걸쳐 십여 차례 수행했는데 결과는 모두 같았다. 질문하는 대상이 누구든 “왜요?”라는 질문에 충분히 답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 대부분은 지식의 깊이가 얕기 때문에 첫 번째 질문에 대답하면서 알고 있던 내용을 전부 소진한다. 우리는 질문마다 답이 있으며 그 답도 잘 알거라 생각하지만, 이를 설명해보라는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 자신의 지식에 결함이 있었다는 사실을 잘 깨닫지 못한다.
이 간단한 테스트를 받기 전에 당신은 변기의 작동 방식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당신이 아는 것은 변기 사용법이나 변기를 뚫는 방법이다. 여러 부속들을 직접 보고 있으면 이것들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거나 움직이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변기의 내부를 들여다보면서 실제로 만지다보면 작동 방법을 알 수도 있다. 하지만 변기가 눈앞에 놓여 있지 않으면 안다는 느낌은 착각에 불과할 뿐이다. 당신은 변기가 무엇을 하는지에 관한 지식을 그렇게 되는지에 관한 지식으로 착각했으며, 변기에 대한 익숙함을 참된 지식으로 착각하고 있다.(pp.182~183)

] (지식 착각)

“잠시 일상을 멈추고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자. ‘이 비가 어디서 오는지 나는 알고 있는가?’ 아마 그럴 만한 동기가 없다면 그런 질문은 하지 않을 것이다. 다섯 살짜리 꼬마에게 질문을 받거나, 다른 사람과 논쟁을 벌이거나, 혹은 관련 주제로 글을 쓰거나 강의를 해야 하는 등 사회 인지적 상황에 처하지 않는 한, 좀처럼 자문하는 일을 없다.”(p.183)

지식 착각에서 벗어나려면, 낯선 프로젝트에 대해 당신이 추정한 소요 기간과 비용 예상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한다.[5.

지식 착각에서 벗어나려면, 낯선 프로젝트에 대해 당신이 추정한 소요 기간과 비용 예상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한다. 자기 프로젝트를 본인만큼 잘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 사실을 인정하긴 어려울 수 있다. 이미 프로젝트 내용에 익숙해졌기에 자신만이 정확하게 설계할 수 있다는 그릇된 생각을 하기 쉽다. 다른 사람이나 기관에서 이미 완료한 프로젝트를 찾아본다면(당신이 맡은 프로젝트 내용과 비슷할수록 당연히 더 좋다), 기존 프로젝트에서 실제 사용된 비용과 사업기간을 비교 자료로 활용해 더 나은 예상을 할 수 있다. 자기 생각만 고수했던 태도에서 벗어나 ‘바깥에서 살펴보기outside view‘를 선택하면 계획을 바라보는 방식이 극적으로 달라진다.(p. 189)

]

5 자폐아가 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믿음에 근거한 MMR 접종 거부가 홍역의 전파를 낳았다. (원인 착각)
저명인사에 의해, 때로는 주변의 친한 1인에 의해 잘못된 믿음이 전파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러한 연관성이 인과관계가 맞는지 확인하는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은 바로 실험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과학적 근거가 없는 소문, 미신 등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

통계학자와 사회과학자들은 정확한 인과관계를 찾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상관관계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발한 방식을 개발해왔다. 그러나 연관성이 인과관계가 맞는지 확실하게 검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명심하라, 유일한 방법이다!)은 실험해보는 것이다. 실험하지 않으면 연관성의 관찰은 단지 우연의 일치를 찾아내는 과학적 수단이 되고 만다.(p.234)

6 모차르트의 음악이 지능 발달에 효과가 있다는, 우리 뇌에 남아있는 지적 능력을 맹신하는 일. (잠재력 착각)
마케팅 용어에 포함되어 있는 잠재력 착각에 속은 경험이 얼마나 많은가. 닌텐도 DS, 코카콜라 광고 등등, 그러한 착각에 본인과 가족의 뇌를 맡기지 말자. 차라리 적절한 운동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책의 마지막에 저자는 ‘직관’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티핑 포인트』, 『블링크』로 유명한 말콤 글래드웰의 저작을 인용하면서 이러한 직관이 인지심리적으로 얼마나 부적절하고 근거 없는 믿음인가를 지적한다. 세상의 한 켠에서는 직관의 중요성을, 한 켠에서는 실험과 과학적 근거의 중요함을 지적하는 상황에 웃음이 나지만, 이는 본인의 결정에 따라 취사선택할 문제라 판단된다.

개인적으로 시중의 흔한 자기계발 서적들보다 훨씬 유익하고 도움되는 내용이었다. 6가지 착각의 특성을 이해하고 착각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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