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송 / 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 / 현문서가

작가가 직접 1년이라는 시간동안 깎은 나무들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페이지마다 있는 작품들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글을 곱씹어보는 재미도 만만찮다.

아이가 울면서 집에 들어옵니다. 그러면 무슨 일이니, 누가 그랬어, 왜 우는데, 하기 전에 먼저 살펴봐야 할 게 있습니다. 먼저 언제부터 울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계속 울면서 왔는지, 울다가 그쳤다가 집에 와서 다시 우는 것인지, 아니면 꾹 참고 있다가 오자마자 울기 시작한 것인지를 살펴야 합니다. 그러려면 첫째,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눈에만 그득한지, 얼굴에 번졌는지, 손등까지 범벅이 되었는지, 먼저 흘린 눈물이 말라 버린 소금기가 하얗게 있는지 어떤지를 살펴야 합니다. 둘째, 울음소리가 어떤지, 목소리가 쉬었는지, 소리의 높낮이가 어떤지, 소리를 내는지 들이키는지, 흐느낌이 얼만큼 반복되는지 어떤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그러면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아파서 우는지, 억울해 우는지, 겁이 나 우는지, 서러워 우는지, 민망해 우는지 등등의 슬픔의 종류와 강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 뒤에야 비로소 무슨 일인데, 누가 그랬니, 그만 울어라 하는 말 중에서 어떤 말을 써야 할지를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울면서 집에 들어선 아이 p.105

우리를 보고 무얼 훔쳐 먹는다고 말들 하는데 그건 말이 되는 소리가 아닙니다. 어디 한번 따져 봅시다. 훔친다는 것은 남의 것을 몰래 가져간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남의 것과 내 것이 따로 있다는 말입니까? 하지만 우리 쥐들에게 소유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를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인간들의 소유욕 따위란 아예 있지도 않다는 말씀이지요. 네 것 내 것 구분 없이, 있으면 먹고 없으면 굶는 것이 우리들 원칙입니다. 그러니 나는 결코 치즈를 훔쳐 먹은 적이 없습니다. 거기 치즈가 있어서 먹었을 뿐입니다. 훔치고 다닌다는 그런 가당치 않은 말은 제발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습니다.

치즈를 훔쳐 먹은 쥐 p.114

사진자료를 직접 올리지 못하는 게 아쉽다.
피곤한 하루.. 잠시 시간을 내서 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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